서문의 시





금빛 찬란한 오후 내내

금빛 찬란한 오후 내내
우리는 한가로이 물 위를 떠간다.
작은 팔들로는 서툰솜씨로
부지런히 노를 젓고,
작은 손들로는 부질없이
길을 안내하는 흉내를 낸다.

아, 무정한 세 아이들! 이런 때에,
이렇게 꿈결 같은 날,
조그만 깃털도 흔들지 못할
약한 숨결 같은 이야기를 해 달라니!
하지만 가련한 이야기꾼이
어찌 세 아이의 성화를 이길 수 있으리오.

첫째 애는 성급하게
"시작해요!"라고 명령하고,
둘쨰 애는 조금 상냥하게
"재미있게 해 주세요."하고,
셋째 애는 채 일 분도 못 참고
이야기를 가로막는다.

아이들은 이내 입을 다물고,
상상 속에서 기이하고 새로운
마법의 땅을 여행하고
새나 짐승과 사이좋게 이야기하는
꿈의 아이들을 쫓아다닌다.
그리고 그게 사실이라고 믿으려 한다.

지친 이야기꾼이 이야기도 떨어지고
상상의 샘도 말라서
"나머지는 다음에 하자." 하고
화제를 돌리려고만 들면,
아이들은 "지금이 다음이에요!" 하고
신바람이 나서 외친다.

이상한 나라 이야기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이렇게 천천히, 하나씩 하나씩,
신기한 이야기들이 생겨났다.
이제 이야기는 끝났고,
우리는 저물어 가는 햇살 속에서
즐겁게 노를 저어 집으로 돌아간다.

앨리스! 너의 부드러운 손으로
이 소박한 이야기를 받아다
어린 시절의 꿈들로 엮은
기억의 신비로운 띠 속에 놓아 주렴.
머나먼 나라에서 꺾어 온
순례자의 시든 꽃다발처럼.